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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럼버스(COLUMBUS)》

전주국제영화제, 2017.05.07 리뷰

*원 포스트 이동.

2017.05.06 관람, 2017.05.07 단문 리뷰

존 조, 헤일리 루 리차드슨 주연.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줄글 리뷰라 실제 영화와 조금 차이 날 수 있습니다.(제가 기억력이 글케 좋진 않아서...) 더불어 영화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 포함,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촬영/편집/디렉팅에 대한 얘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분석이라고 하기엔 좀 아니고 정말 의식의 흐름에 따라...





1. 

우선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콜럼버스>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풀숏에 집착하는 영화였으므로.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냥 아무말하자면 배경이 된 도시에 대해 본인의 애정이 넘치는 영화였따... 애정... 애정인지 집착인지... 영화가 가만 보면 정말 인물에 가까이 안 감. 내가 살짝 의식적으로 보기도 했는데(왜냐면 중간중간 쇼트가 강박적일 정도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에 답답해 죽을 것 같ㅇㅏ서 환기할 게 필요했음... 몽타주나 인서트마저도 다 채워져 있는 숏들뿐이라 여백... 여백 없어...) 케이시가 감정을 풀어낼 때도, 진이 제 상처를 드러낼 때도 그렇고 클로즈업이 없어. 포커스도 대개 인물이 아닌 배경에 맞춰져있거나 그냥 전체적으로 맞췄을 때가 더 많았던 느낌. 클리셰를 따른다면 중요한 감정씬에서 얼굴, 눈, 호흡 등 카메라가 인물에게 상당히 가까이 가는데 <콜럼버스>에선 그런 게 없다. 기억이 맞다면 화면에서 제일 들어찬 게 인물의 바스트 정도였는데, 뭐 그래서 좀 더 마음에 들기도 했고... 주연 배우 두 사람의 연기가, 그 감정을 표현하는 디테일이 단순한 얼굴이 아닌 온 몸으로 표현되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보면 감독이 대칭 구조를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 뒤로 빠져 찍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 이동이 없음... 다 컷컷컷으로 자르고 이어붙인 거고, 원씬 원컷도 꽤? 모든 장면에서 카메라는 픽스에 인물만이 프레임 인아웃을 하다보니 시간도 길게 느껴짐. 아예 멀리서 찍는 것도 그렇고 그 좁은,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보여줬던 진의 숙소와 케이시의 집에서도...(여담이지만 프레임 속 프레임은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했다.) 기억 상으론 진과 케이시가 싸우고 진이 케이시로부터 멀어지던 터널 안 촬영이 거의 유일하게 카메라가 서서히 줌 아웃했던 숏이지 않을까...

(*2018.04 개봉 이후 재관람한 뒤, 유일한 장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대여섯컷 정도는 카메라 이동씬이 있었습니다.)


2.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케이시의 과거를 진에게 말하는 장면. 아팠고 힘들었던 그 순간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던 그녀에게 말해달라고 부드럽게 요청하면서, 서로 차에서 빠져나와 차 지붕에 몸을 기대고 마주보던 장면. 양 가장자리에 케이시와 진이 있고 진이 케이시를 보며 조용히 웃는. 케이시가 이야기를 하다가 소리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손등에 턱을 괸 채 건물을 보던 그 장면.


3.

편집 독특하네, 생각했던 게 초반부였는데 진이 아버지 숙소에 있는 것과 바에서 대화나누는 장면을 계속 교차로 보여줬던 것. 진이 아버지 숙소에 있는 게 나오는데도 음향은 죄다 바에 있는 거 그대로 이어진 것도 그렇고. 그리고ㅋㅋㅋㅋㅋㅋ 와 나 진짜 이미지 라인 그렇게 훅훅 넘어가는 게 어딨어 근데 편집으로 그렇게 계속 씬 교차하도록 만져놓으니까 괜찮잖아 그래서 좀 슬펐다... 아니 이걸 슬펐다고 해야하나... 암튼 180도 라인 배워봤자 뭐하냐구 결국 영화 보면 지키는 감독 진짜 없어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 중간중간 진이 숙소에 있는 모습을 끼워넣으면서 환기되기야 했다만 아...

그리고 몇몇 씬은 일부러 이렇게, 응? 싶은 느낌- 그러니까 관객들이 헷갈리도록 편집했나 하는 게 있었다.


4.

치유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 일축해버리기에는 이 영화가 끝까지 치유를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함. 아니...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맞았는데 치유요? 네? 그래서 다시 한 번 보고싶기도 하고. 과연 진은, 케이시는 치유됐는가? <콜럼버스>는 두 사람의 성장이나 봉합의 순간을 엔딩으로 둔 건 아니라고 봐서. 오히려 일종의 유예같은 기분으로 끝이 나버렸는걸... 치유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나만 이렇게 보았는가 1도 모르겠음이다...


5.

미술팀에 박수를. 인서트마다 배경이고 소품이고 그 집착적인 대칭과 간격에 정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아찔해 정말.


6.

여기 나오는 인물들 캐릭터성 진짜 다 너무 좋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조연이라 할 법한 인물들도. 그 관계성, 소소한 웃음들... N으로 끝나는 진은 특히나 어른의 젠틀함이라든지 자연스러운 매너와 예의가 취향 직격이었고. 케이시에게 맞춰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들 하나하나 너무 멋지고 설렜음. 거기다 엘레노어와 있을 때는 어린 남자애가 되기도 함. 케이시가 진에게 약한 모습을 드러내보인다면 진은 케이시가 아닌 엘레노어에게 제 연약한 부분을 속절없이 들켜버리니까... 그 장면은 특히나 거울을 이용한 연출이 마음에 들었는데 소파에 앉아있는 진의 모습이 처음, 그리고 엘레노어가 진에게 다가가 그의 곁에 앉으면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잡히고 진이 그녀에게 키스를 하다가 거부당한 뒤(여기서 엘레노어가 싫다고 하니까 그대로 수긍하고 나가는 것도 취향이었음) 함께 있던 거울에서 나가 멀어지며, 또 다른 거울로 들어가는데(제가 지금 표현력이 거지같은데 실제 거울로 들어간 게 아니고 인물들의 상이 거울에 비춰졌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경계가 그어진다. 흑흑 거울 이용한 이런 구도들 너무 사랑해... 근데 이런 점 때문에 카메라가 인물들에게 거리두기 하고 있다는 거 넘 많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함. 인물의 정면보다 후면을 비춘다든지, 표정이나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ex.차 안에 앉아있다면 앞에 백미러로 보여주는 식이었고...


7.

의도적으로 소리를 지운 장면들. 케이시가 건물에 대해 설명하는 걸 보며 진이 누구세요? 이러며, 그녀가 정말로 '왜' 그 건물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답을 이끌어내는 장면에서 그 '왜'에 대한 걸 우리는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 표정과, 몸짓, 그걸 듣고 있는 진의 모습까지 모두. 모두. 정말 사랑스러웠음. 그녀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마음을 풀어내는 걸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뿐인데도 반짝거렸어. 진짜 예쁘더라. 소리를 지운 장면들 중엔 그 장면도 인상깊다. 엘레노어의 차 조수석에 타서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 그리고 그 뒤에 앉은 진이 마음 쓰이는 표정으로 시선을 못 떼던 것도.


8.

진의 연기보다 케이시의 연기를 보면서 디렉팅 어떻게 한 건지 많이 궁금했따... 지문에 어떤 식으로 표현 돼 있었고 할리 루는 어떻게 그걸 분석해 케이시를 연기한 건지. 솔직히 시나리오랑 콘티 너무 보고싶었고요... 그리고 은근히 수미상관법이 있었던 느낌 이미지적으로...

+한국어 대사가 꽤 많이 등장했던 건 놀라운 점 중 하나. 일부러 스포 안 당하려고 탐라의 <콜럼버스> 이야기는 죄 스킵했던 터라 존조가 한국어 대사를 친다<-이것만 알고 있었음.


9.

사실 난 좋아하는 영화들 보면 영화 사운드모티프/스코어 분석하고파 하는데(그러나 사운드 전공자는 아닙니다...) <콜럼버스>는 의외로 촬영 분석을 해보고 싶었어. 이미지 잔상이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 인물들의 연기와. 그러니 감독님 한국에서 GV 한 번만요.... 흑흑


10.

국내에서 정식 개봉했으면 좋겠지만 영화 다 보고나서는 솔직히 말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개봉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조금. 음. 우선 상업으로 만질 수 있는 작품은 절대 아니고ㅋㅋㅋㅋㅋㅋ 상영해도 상상마당이나 아트하우스 모모, 아트나인... 여타 독립영화관 등지에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왜 이게 영화제 초청작 중 하나로 뽑혔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뭐라고 해야하나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밖에 없는 영화...

촬영 기간이 3주였다는데 사실 날씨가 잘 따라줬다면+로케만 잘 섭외됐다면 무난하게 촬영했을 것 같은 작품임. 아 하고싶었던 말 많았는데 하룻밤 자니까 다 휘발 돼 버렸어... 그러니 <콜럼버스>는 정식 개봉을 해줘야 한다...ㅠ0ㅠ



dearies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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